치실 쓰면 피나요… – 그거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20대 중반 치과 위생사가 설명함)

치실 사용법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근무 중인 20대 중반 치과위생사입니다.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예요.

“치실 썼는데 피가 났어요.
잇몸 상한 건가요? 치실 쓰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저는 진심으로 아쉽고, 동시에 조심스럽게 대답합니다.
“오히려 지금부터 꼭 써야 해요.”

많은 분들이 치실을 처음 썼을 때 피가 나거나 통증이 생기면
“내 잇몸이 약해서 그런가?”, “치실이 안 맞는 건가?” 하고 걱정하세요.
심지어 그 이후로 치실을 아예 멀리하게 되는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치실 사용 중 피가 나는 건
치실이 문제라기보다, 그동안 치아 사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환자분들께 상담할 때 자주 드리는 설명을 바탕으로
치실 사용 중 피가 나는 이유, 걱정할 필요 없는 경우와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
그리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까지 정리해서 알려드릴게요.


치실 썼는데 피가 났어요. 왜 그런가요?

치실을 처음 사용했을 때 피가 나는 건
잇몸이 상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관리되지 않았던 치아 사이의 염증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의 잇몸은
플라그(세균막)나 음식물 찌꺼기가 오랫동안 쌓이게 되면
그 부분에 염증이 생기고 쉽게 출혈하는 상태로 바뀌어요.

이런 상태에서 처음으로 치실을 넣으면
그동안 자극받지 않았던 부위가 세균에 반응해
출혈이 생기거나,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치실이 필요한 잇몸이라는 신호에 더 가깝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치실을 사용하면
출혈은 3~7일 안에 점점 줄어들고, 염증도 사라지게 됩니다.


치실 쓰면 잇몸이 내려간다는 말, 사실일까요?

“치실 쓰면 잇몸이 더 내려가는 거 아니에요?”
“치간이 벌어져서 보기 싫어지던데요…”

이런 얘기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올바르게 사용한 치실은 잇몸을 더 건강하게 만들지 절대로 망가뜨리지 않습니다.

잇몸이 내려가는 건
치실 때문이 아니라
세균이 염증을 일으켜 잇몸뼈를 녹이고,
그 결과로 잇몸이 퇴축되는 현상
입니다.

즉, 치실을 쓰기 시작하면서 잇몸이 내려간 게 아니라,
원래 안 보이던 퇴축 부위가 세정되면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일 수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병원 진료가 필요해요

물론 모든 출혈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치과에서 정확한 상태를 점검받아보는 게 좋아요.

  • 치실 사용 후 피가 2주 이상 계속 난다

  • 한 부위만 유독 자주 피가 난다

  • 잇몸이 붓고 욱신거리거나 고름이 나온다

  • 치아가 흔들리는 느낌이 든다

이런 경우는 치주염이나 치아 사이 충치 가능성이 있으니
단순한 출혈로 넘기지 마시고 꼭 진료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올바르게 치실 사용하는 법

출혈이 걱정되는 분일수록
더 부드럽고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실제로 환자분들께 알려드리는 치실 사용법을 공유할게요.

  1. 치실을 양손 중지에 감아서
    손가락 사이 간격은 약 3cm 정도 남기고 당깁니다.

  2. 치아 사이에 치실을 ‘비비듯이’ 천천히 넣습니다.
    갑자기 밀어 넣으면 잇몸을 찌를 수 있어요.

  3. 치아의 곡선을 따라
    C자 모양으로 감싸듯 움직이며
    위아래로 쓸듯 닦아주세요.

  4. 치실을 빼낼 때도
    천천히, 좌우로 비틀듯이 빼내면
    잇몸에 자극을 줄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하루에 한 번, 자기 전 양치 후에 반복하면
치아 사이의 플라그를 확실히 줄일 수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 써야 하나요?

많은 분들이 “얼마나 써야 돼요?”, “충치 없으면 안 써도 되죠?”라고 물으시는데
치실은 특정 기간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라
평생 치아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 도구
예요.

하루 한 번, 3분만 투자하면
충치, 잇몸병, 입 냄새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고
그 효과는 생각보다 아주 큽니다.

“양치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정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치아 사이에 남은 찌꺼기는
칫솔로 절대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마무리하며

치실을 처음 써보고 피가 났다고 해서
겁먹고 멈춰버리면
지금 염증이 진행 중이라는 신호를 그냥 방치하는 꼴이 될 수 있어요.

오히려 그런 잇몸일수록
더 조심스럽게, 꾸준히 관리해줘야
건강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치실 쓰면 피나요”라는 걱정은
올바른 방법을 알게 되면
“처음엔 피가 났지만 지금은 너무 개운하고 좋아요”로 바뀔 수 있어요.

잇몸에서 피가 났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관리의 시작입니다.
하루 한 번의 습관이
앞으로 10년, 20년 뒤 치아를 결정짓는다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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