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석 vs 플라그, 뭐가 더 위험할까요? – 20대 중반 치과위생사가 정리해주는 구강 세균의 실체
치석 vs 플라그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근무 중인 20대 중반 치과위생사입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치석이 문제예요? 플라그가 더 나쁜 거예요?”
“둘 다 닦아내면 되는 거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특히 스케일링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에도
치석이 뭔지, 플라그가 뭔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계신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저는 이렇게 말씀드려요.
“플라그는 세균이고, 치석은 세균이 딱딱하게 굳은 거예요.
둘 다 무서운 존재지만, 훨씬 더 위험한 건 ‘방치된 플라그’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치석과 플라그의 차이점, 각각의 위험성,
그리고 어떻게 예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치과위생사의 시선으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플라그란?
말 그대로 ‘세균 덩어리’입니다
플라그는 흔히 말하는 ‘치태(齒垢)’예요.
양치 후에도 남아 있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결합해 형성된 끈적한 막입니다.
투명하거나 희끄무레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입 안 전체, 특히 치아와 잇몸 경계, 치아 사이, 혀 뒷면, 어금니 홈에 가장 잘 쌓입니다.
플라그의 정체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에요.
살아있는 세균, 곰팡이균, 침 속 단백질 등이 섞인
말 그대로 입 안에서 자라는 ‘세균 농장’입니다.
특히 이 안에 들어 있는 뮤탄스균은
탄수화물을 분해해 산을 만들어 내는데,
이 산이 치아의 에나멜을 녹이면서 충치를 유발합니다.
또한 플라그 주변에는 염증 유발 세균이 많아
잇몸에도 지속적인 공격을 가하게 되죠.
치석이란?
플라그가 ‘돌처럼 굳어진 상태’입니다
플라그가 제때 제거되지 않고 방치되면
침 속에 포함된 칼슘 성분과 결합해서 딱딱하게 굳어요.
이게 바로 ‘치석(치석, dental calculus)’입니다.
치석은 손으로 만져도 거칠고, 색도 노르스름하거나 회색빛을 띠죠.
한 번 형성되면 칫솔질로는 절대 제거되지 않고,
전문 기구로만 제거할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문제는, 치석은 그 자체도 해롭지만
그 위에 계속해서 새로운 플라그가 붙기 쉬운 표면을 만든다는 점이에요.
즉, 치석 위에 또 다른 세균막이 쌓이면서 염증이 계속 반복되게 됩니다.
플라그 vs 치석, 뭐가 더 위험한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위험하지만, 플라그가 더 근본적이고 더 무서운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
플라그는 충치와 잇몸병을 직접 유발하는 세균의 집합체예요.
(즉, ‘범죄자’) -
치석은 플라그가 굳은 결과물로, 세균의 서식처이자 증식의 발판이에요.
(즉, ‘범죄 은신처’)
플라그가 쌓이지 않으면 치석도 생기지 않아요.
그래서 치석보다 플라그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플라그는 어떻게 제거하나요?
플라그는 매일 양치로 제거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방법으로 닦지 않으면 오히려 치아를 문지르기만 하면서
표면만 깨끗해 보이고, 속은 세균이 남아 있는 상태가 될 수 있어요.
효과적인 플라그 제거 루틴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바른 칫솔 선택
미세모 칫솔, 소두형(작은 헤드) 칫솔이 좋습니다.
너무 단단한 모는 오히려 세균을 밀어내지 못하고 잇몸만 자극해요. -
바른 칫솔질 방법
잇몸선에 45도 각도로 칫솔을 기울여
작은 진동으로 치아를 하나하나 닦는 방식(바스법)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
치실 또는 치간칫솔 사용
치아 사이에 낀 플라그는 칫솔로 제거 불가능하므로
치실을 꼭 병행해야 해요. -
혀클리너 사용
혓바닥 위에 남아 있는 세균막도 충치와 입 냄새의 원인이 됩니다.
치석은 어떻게 제거하나요?
치석은 일단 생기면
가정에서는 제거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치석 관리는 ‘제거’보다는 ‘예방’이 핵심이에요.
하지만 이미 생긴 치석은
스케일링(전문적인 치석 제거 시술)을 통해 제거해야 합니다.
스케일링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1년에 한 번은 저렴한 비용으로 가능해요.
잇몸이 약하신 분들이나 임플란트가 있는 경우에는
3~6개월 간격으로 받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치석이 많아지면 생기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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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몸이 붓고 피가 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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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냄새가 심해지고 음식물이 잘 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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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조골(잇몸 뼈)이 녹아내리면서 치아가 흔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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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치주염’으로 진행되어 치아를 잃을 수 있습니다
충치는 치료하면 되지만,
녹아버린 잇몸뼈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스케일링은 치료가 아니라 예방이고,
건강한 사람에게 더 필요한 시술이에요.
마무리하며
플라그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매일 생기고, 매일 싸워야 하는 세균의 시작점입니다.
치석은 그 결과물로, 관리가 되지 않은 흔적이죠.
치석이 많아졌다는 건
그동안 플라그 관리를 놓쳤다는 뜻이고,
플라그가 남아있다는 건
언제든지 충치나 잇몸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오늘 거울 앞에서 내 치아를 한 번 들여다보세요.
잇몸선이 누렇게 변해 있거나,
칫솔이 닿지 않는 공간이 있다면
지금이 바로 ‘구강 대청소’가 필요한 순간일 수 있어요.
플라그는 매일 없애고,
치석은 6개월마다 치우는 습관.
이게 건강한 치아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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